□ 🚶‍ 손으로 하는 명상 필사

때때로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불안함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찾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명상을 몇 번 시도하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 어렵다고 생각해서 시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명상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

여러분은 명상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만약 여러분이 명상을 떠올렸을 때 '생각을 비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가부좌를 트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그것은 오해일 수 있어요.

명상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는 '마음챙김'에 따르면, 명상은 생각을 비우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쉬게 하는' 과정에 가까워요. 떠오르는 생각들을 고요하게 관조하는 과정이랄까요. 그래도 헷갈리시다면 아래 비유를 살펴보세요.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이 혼잡한 도로 위의 차라고 생각해보렴.

명상은 도로 위의 행인이 되어 달리는 차들을 지켜보는 과정이야.

생각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인데,

억지로 생각을 멈추려는 행위는 질주하는 차에 뛰어드는 것과 같지.

_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 앤디 퍼디컴

고요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지켜보면서 안정되고 정화된 마음상태를 만드는 것, 그것이 명상이라 할 수 있죠.

손으로 하는 명상, 필사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명상이라면, 여러분께 명상에 쉽게 입문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바로 손으로 하는 명상, 필사입니다. '책이나 문서 따위를 베껴쓴다'는 뜻을 가진 필사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첫 번째, 필사를 하면 문장을 정성껏 베껴 쓰는 동안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어요. '글쓴이는 어떤 마음으로 이런 문장을 썼을까', '나였다면 어땠을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호기심은 내면의 성찰로 이어지죠. 한 자 한 자 단어를 옮겨적는 느린 공백 사이에 자신의 생각이 싹트는 것이 필사입니다.

두 번째, 필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감각을 자극하기도 해요. 연필을 잡고, 연필이 내는 사각사각 소리를 듣고, 동시에 글을 읽죠. 이렇듯 다채로운 감각을 느끼면 혼란스러웠던 정신이 분산되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문장을 품고 살아가나요?

필사의 장점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도 많지만, 오늘은 명상의 관점에서 필사를 살펴보았어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하나의 장점을 더 소개하고 싶은데요. 필사란, 마음 속에 좋은 문장을 각인하는 것이기도 해요. 천천히 글을 쓰며 곱씹어보면, 읽기만 하는 것보다 문장을 훨씬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되니까요.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면 손으로 써보며 기억해보세요!

💬 리드 에디터 코멘트 

좋아하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 인물이 한 말을 따라써보는 것도 좋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베토벤의 팬이라서, 베토벤 일기장에 쓰여진 말을 몇 번이나 필사했답니다. 여러 번 필사했더니, 제 마음에 정말 각인된 것처럼 남더라고요. 

휴식은 언제든 취할 수 있지만, 각종 SNS와 정보들로부터 동떨어진 채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필사는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는 시간,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몰입하는 시간이죠. 

제가 여러분께 소개해드린 것은 필사이지만, 마음의 안식처를 발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취미를 시도해 보세요. 잘 맞는 취미 하나만 발견해도,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거예요.

💬 리드 에디터 코멘트 

저는 필사를 하면서 제 의견도 자주 덧붙이고는 해요. 최근엔 한병철 작가님의 <피로사회>란 책을 필사하면서 사색적 삶이 무엇인지 적어보았죠. 필사는 마음의 명상이지만, 생각의 확장도 일으켜주니 너무 좋아요. 

💬 4월 6일 구독자분들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