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단편들로 구성된 소설집이에요. 대중적으로도 이미 유명한 소설이라 소개할까 고민했지만, 아직 안 읽어보신 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져와봤어요. 이 책을 읽다보면 가수 이소라씨의 ‘바람이 분다’가 떠오릅니다. 바깥은 여름인데, 해가 쨍쨍하고 밝게 빛나고 있는데, 내 안은 어둡고 서늘해서 그 대비가 시리게 다가왔던 경험 말이죠.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거나 그런 순간을 견디는 중이라면 이 책이 말없는 위로가 되어줄 거예요.

• 박서련, 체공녀 강주룡

한 여인의 삶이 시대와 함께 흐르다 자신만의 끝을 내는 이야기입니다. ‘체공녀’라는 표현이 낯설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분이라면 저를 믿고 한번 읽어보셔도 좋은 책이에요. 절망이 거듭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살아내는 체공녀의 삶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알 수 없는 용기를 줘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현시대에 여전히 존재하는 ‘체공녀’들을 알게 되었고 그분들을 후원하기도 하면서 ‘살아냄’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외 : 대온실 수리 보고서(김금희), 화이트 호스(강화길), 아홉수 가위(범유진)

📕 웹소설

• 🔗 퉁구스카, 납골당의 어린 왕자

작가님의 전직을 의심하게 하는, 미국 배경의 디스토피아 군부 생존물입니다. 읽으면서 자료조사란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조사한 내용을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실력에 감탄하며 읽었죠. ‘어린왕자’라는 제목답게 암울한 와중에도 인간을 향한 희망을 놓치지 않아요.

• 🔗 김영지, 필리아로제

로맨스 판타지이긴 하지만 여주 성장물에 가깝습니다. 더불어 우정이란 무엇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해요.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풀어나가지만 사건들 하나하나는 무거운 편입니다. 주인공 필리아의 깜찍함과 영악함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지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