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한 점을 소개해드리고자 해요. 오르세 미술관에서 실물로 보곤 반해버렸던, 귀스타브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칙칙하고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죠? 하지만 이 작품 속에는 쿠르베의 굳은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쿠르베가 활동했던 19세기에는, 회화의 주제로 신화·영웅·종교가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어요. 이런 장르의 그림은 대체로 기득권층의 향유물이었고 풍경화와 서민들을 그린 그림은 폄하를 받았죠. 그러나 쿠르베는 이런 신조를 답습하지 않고, 자신이 발 딛고 사는 현실—즉 일상과 풍경—을 꿋꿋하게 담아내, 세상에 선언하고자 했어요.

〈화가의 아틀리에〉그림을 보면, 화면 중앙에서 풍경화를 그리는 쿠르베 자신이 보여요. 그의 등 뒤로는 나체의 여인(신을 상징해요)이 쿠르베를 매혹적으로 바라보지만, 쿠르베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죠. 실눈을 뜨고 자세히 보시면, 캔버스 뒤편에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모습이 희미하게 숨어 있기도 해요. 신화와 종교에 대한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는 쿠르베의 신념을 표현했어요.

그뿐일까요? 쿠르베의 몸을 향한 쪽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여신 쪽에는 귀족층이 자리합니다. 이 대비는 그가 지향하는 바를 더욱 분명히 보여주죠. 그림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시면, 숨겨진 뜻들이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제가 이 그림을 사랑했던 건, ‘나 역시 세상을 향해 무엇을 내세우고 싶은가, 어떤 선언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주었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20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 가치와 메시지를 그림 한 점으로 전해준다는 사실이 놀랍고, 아름답게 느껴졌죠. 여러분이 사랑하는 예술작품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