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좋아하는 나의 무의식을 찾아서

어느 날 친구와 만나 ‘좋아하는 마음'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가 말하길 자신은 평생 살면서 누군가를 덕질해본 적이 없는데, 방영한 지 십수 년이 지난 드라마 주인공을 아직까지 좋아하는 제가 신기하다며 그의 매력에 대해 말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캐릭터의 매력이야 날을 새서도 말할 수 있었지만, 호기심으로 가득 찬 친구를 지루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앤티크한 취향에 본업 잘하는 캐릭터가 매력 있어 보여. 드라마 자체가 클래식 음악 드라마라 낭만도 있고... 그래서 내 평생의 이상형이 된 것 같애.❞

친구는 제 이야기를 잠자코 듣더니 갑작스레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상형이 아니라 네 ‘이상향’ 같은데?” "뭐?" 난데없는 친구의 말에 당황해서 어물쩍 넘겼지만, 이후로도 친구의 말을 오랫동안 곱씹으면서 정말로 제가 좋아했던 캐릭터가 이상형이 아닌 이상향에 가까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커리어를 향한 저의 강한 열망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선호, 그리고 각종 앤티크한 물건에 대한 취향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강건우'라는 캐릭터와 쏙 빼닮아 있었거든요. 이 캐릭터를 15년이나 좋아했으면서, 그가 훗날에 제가 되고 싶었던 이미지였다는 걸 처음 깨달은 거예요.

벽에 걸린 액자처럼 늘 한곳에 머물러 있는 물건은 눈에 잘 띄지 않듯이, 무의식이란 친구도 우리 안에 늘 존재하지만 의외로 인지하기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때때로 내가 좋아하는 그 캐릭터는 무슨 매력으로 나를 이토록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는지, 혹 롤모델이 있다면 그 인물의 어떤 점이 나를 이끄는지 자문해보는 것도 좋죠.

좋아하는 것들과 쌓아 올린 시간

드라마가 방영된 지도 15년. 그 안에 있는 캐릭터를 좋아해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건지, 클래식 음악을 원래 좋아했기 때문에 드라마를 아직까지 보고 있는 건지 이젠 구분할 수 없어요.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함께 쌓아 올린 시간이 해를 넘어감에 따라 드라마가 저의 큰 일부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죠.

현실에 치여 찾아갈 때마다 보장된 행복을 쥐여주는 나만의 '좋아하는 것'. 함께 해온 시간만큼 애틋함과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것. 오늘은 계란이들에게 좋아하는 마음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어떻게 무언가를 꾸준히 좋아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저는 ‘좋아하는 마음에 물을 주어야 한다'고 대답해요. 제게 좋아하는 마음이란 막 발아한 씨앗처럼 느껴지나 봐요. 그래서 어딘가에서 씨앗이 날아오면 저는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게, 더 큰 마음으로 키우고 싶어서 공을 들여요. 취향을 오랫동안 묵혀 개성으로 만든 사람들은 멋있으니까,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죠.

좋아하는 마음의 싹을 틔우고 동행해 온 저만의 방법을 지금부터 여러분께 설명드릴게요.

🌱 새싹 키우기 1단계 : 좋아하는 것, 지금 바로 내 삶으로

저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니 음악 연주회를 방문하고 악기를 배우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꽤 큰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음악만 듣자니, 클래식 음악 제목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점점 멀어질까봐 걱정이 됐죠.

하지만 다행히도, 좋아하는 것들을 지금 바로 일상에 들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했어요. 저는 클래식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책을 사서 매일 루틴처럼 읽기 시작했어요. 출근하기 전 딱 30분. 방구석에서 혼자 헤드폰을 낀 채, 눈으로는 문장을 읽고, 귀로는 클래식 음악을 들었어요. 음악에 대한 저의 낭만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죠.

어떤 일을 시작하든, 설사 그것이 좋아하는 일일지언정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상황은 달라지고 마음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약간의 장치를 걸어놔요. 그것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루틴을 만드는 거죠. 위에서 제가 클래식 음악을 출근 전에 듣는다고 했는데, 저는 그것을 미라클 모닝 챌린지와 연결시켰어요. 커뮤니티에 속해서 동기부여를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만든 것이죠. 블로그 챌린지를 통해 꾸준히 좋아하는 것을 기록하도록 만들기도 했고요.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습관이 일상에 정착하는 적응의 기간 동안 이런 챌린지와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좋습니다.

🎄새싹 키우기 3단계: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 애틋함으로

에디터님들의 계발톡🗨

큰그릇🍷 : 일기 쓰기요. 꾸준히 한다고 해놓고 막상 바쁘면 그냥 넘기는 하루가 있어요. 짧더라도 매일 남겨놓고 싶어요.

릴리🌼 : 음악이요! 때로는 진심이 담긴 가사한 줄, 노래 하나가 열 마디의 말보다 위로와 힘이 되어주니까요.

새벽🐬 : 연말이라 센치해진 것도 있지만, 저는 제 자신과 잘 동행하고 싶어요! 그만 싸우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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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 발표 : 12/7

이 글이 발행되고 나면 저도 인생 첫 클라이밍에 도전해봤겠군요. 제 주변에는 클라이밍에 열성으로 빠져서 스스로 서포터즈이기를 자청한 친구가 있어요. 꼭 저한테 일일 강습을 받아보라길래 해보겠다고 했죠. 혹시 모르죠. 저도 클라이밍을 좋아하게 되어서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 장참미 작가님과 같은 단계를 밟을지도요. 여러분은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책이 좋아하는 마음을 발견하고 꾸준히 함양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