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새로운 곳에 도착해서 시작을 할 때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해본 적이 없던 일을 하거나, 낯선 사람들과 친해져야 하거나. 적응을 위해선 여러 어려운 일들이 있는데, 그중 저는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답니다.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환경에 도달하니 의외로 제가 못하는 부분이 '짜잔!' 하고 나타나더라고요. 그걸 못한다고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요.

저는 제가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일만 묵묵히 잘하면 되었던 대학 생활과 달리, 첫 사회생활은 협의와 설득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해도 사고, 일도 더 복잡해지기 일쑤였죠.

'아, 나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구나.'

'아, 나는 심지어 말도 잘 못하는 사람이야!'

제가 느낀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이 되실까요? 저는 팀 프로젝트에서 늘 발표를 도맡았고, 친구들이나 웃어른들에게 '쟤는 말로 먹고살 인재야!'란 말을 듣곤 했습니다. 그런 제가 '일 적 대화'를 못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누군가의 화를 돋우거나 제가 화가 나거나 상처를 받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게 일상이었죠. 신입인데 좀 봐줬으면 좋았으련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가장 먼저 인정을 했습니다. '나는 이걸 못해!'가 아니라 '난 이걸 못할 수도 있다. 신입이니까.'라며 스스로를 북돋아주었죠. 자책도 몇 개월간 해보았는데 자책으로 성장하진 않더라고요. 자책할 시간이라면 차라리 잠이나 자는 게 낫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 남에게 절대 '저는 이걸 못해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듣는 것과 스스로가 남에게 약점을 말하는 것은 그 힘이 달라요. 남들이 비난하고 비판하는 그 모든 것이 당신에게 큰 힘이 발휘되지 않도록 하십시오. 어차피 타인은 타인, 당신 스스로가 가장 잘 되면 됩니다.

회사에 처음 왔을 때는 너무 무섭기도 했고 기본적인 업무조차 알려주지 않아서 외로웠어요. 신입임을 고려하지 않는 업무지시 및 성과 강조, 직장에 다 있다는 이상한 동료나 상사, 모든 것이 제 잘못 같아서 눈을 뜨기 싫었던 아침까지. 하지만 이제 저는 저를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화를 내거나 비아냥거려도 마음속으로 정중히 거절해요. 거리를 두고, 사원증을 뺀 순간 관련 생각을 없애버리죠. 우리의 삶은, 힘들기만 해서는 안 되니까요.

가끔은, 너무나도 망했기 때문에 아무거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여기서 더 내려갈 순 없겠다!'라는 마음이 생기면서 대담해지는 거죠! 그럼, 저와 함께 회사 생활에 적응해 볼까요?

1. '전투복'을 입고 회사에 와라

저희 선배님이 해주셨던 말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슬리퍼를 신거나, 편한 옷을 입는 등 자유로운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긴장하던 저도 점차 편한 옷들만 입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입사원이자, 유관부서에 얼굴 들이밀 일이 많은 저는 어느 순간 선배님이 말한 '전투복'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단정하고 깔끔한 옷차림과 정돈된 머리 스타일을 갖추라는 뜻이었죠. 각 잡힌 정장은 아니어도, 깔끔하게 스스로를 가꾼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기 마련이었습니다. 특히 좋은 태도와 함께 깔끔한 옷차림의 신입을 기특하게 봐주는 상사들도 있었어요.

여기서 포인트는 '평소 자신이 챙길 수 있는 쉬운 옷차림'입니다. 예를 들면 슬리퍼를 회사에서 신더라도 유관 부서에 갈 때는 운동화나 로퍼로 갈아 신는다거나, 적당한 색의 셔츠와 검은색 바지로 늘 바꿔서 입는다거나. 혹은 시계를  찬다거나, 머리를 깔끔하게 묶는다거나 하는 단정한 룰을 만드는 거죠.

2. 모를수록 당당하고 쿨하게 인정하기

모른다고 말을 많이 했더니 오히려 책이 잡더라고요. 그럴 때는 적당히 인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늘 모른다고 하면 안 좋게 볼 사람들도 있을 테니 나름 요령이 생겼답니다. 이름하야, 조금 '덜' 구질구질하게 모른다고 하기! 그 팁은 '단어 선택'에 있습니다. 진짜 모를 때는 이렇게 말해보세요.

"어디에 업데이트가 된 사항일까요? 제가 확인을 못 했나 봐요."

'모른다'보다는 '확인'이라는 단어를 써봅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어디서 그걸 확인할 수 있는지, 기재가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더불어 몰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의 어투는 간단하게 "아, 그랬군요."로 끝냅니다. "헉 제가 몰랐어요, 어떻게 하죠? 너무너무 죄송해요!"와 같은 표현은 처음에야 안쓰러워서 봐주지만, 언제부터인가 계속되면 만만한 사람으로 보게 됩니다. 그냥 쿨하게 "어, 하하, 몰랐네?" 정도로 넘어가면서 약간 머쓱해하는 것을 1초만 보여주면 됩니다.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좀 알려주세요."로 이어가는 거죠.

3. 실수가 생기면 타인과 나에게 각각 보고하기

나에게 보고한다는 의미는, 반성 및 토닥토닥을 하는 회고를 말해요.

저는 실수를 하면 타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00님, 제가 아까 a라고 말씀드렸는데 다시 보니 b라고 합니다. 제가 개발팀과 이야기를 하다 전달이 잘 못 되어 애매하게 말씀드린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확실하지 않은 것은 한 번 더 크로스체크하고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사과도 하기) 혼선드려서 죄송합니다. 지금 관련 사항 업데이트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일기를 선물로 줍니다. 회고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중 일기가 가장 좋더라고요. 회사 컴퓨터에 저만의 기록 창고를 만들어놓고 오늘 무엇을 실수했고 왜 했고 마음이 어땠는지를 쓰는 거죠. 그러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실수가 더 잘 떠오르곤 해요.

에디터님들의 계발톡🗨

큰그릇 🍷 : 일과 일상을 분리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라

유🌝 : 왜 실수했는지 확인하자, 그게 남는다.

새벽🐬 :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진짜로 없습니다. 그냥 다닙니다.

어쩌다 보니 눈물겨운 글이 되어버렸군요. 하지만 정말 저와 같이 많이 흔들리고 부딪히면서 배워가는 우리들을 위해 써보았답니다. 저는 아직도 사회 초년생이지만 항상 어제보다 나은 저를 발견해요. 다행히 '성과'에서는 자유로운 시기잖아요. 3년만 지나면 성과 압박이 올 테니, 그전에 저는 번아웃으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저를 지켜내려고 합니다. 결국 인생, 내가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