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메타인지’는 쉽게 말해 ‘자신의 생각에 대해 명확히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뜻해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고, 못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죠. '메타인지'는 효율적인 사고와 판단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나’부터 잘 알아야 할 때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나는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갈피를 잃고 헤맬 때가 있죠. 우리는 흔히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혹은 ‘선택지가 많아서’, ‘잘 몰라서’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수없이 고민하고 갈등해요. 그리고 종종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무거나 괜찮아.”

‘나를 제대로 알고 판단하는 때’에 비로소 생각의 폭은 더욱 풍부해집니다. 취미나 취향을 예로 들어볼까요?

저는 쓴맛을 싫어하지만 커피 없이는 그날 오후를 잘 버티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하루에 꼭 한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하죠. 대신 굉장히 연해야 합니다. 샷 하나에 물 많이. 비주얼은 흡사 보리차에 가깝죠.

가끔 달콤한 맛이 당길 때면 바닐라 라테나 헤이즐넛 라테를 마셔요. 이때는 반드시 파우더 커피여야 하죠. 시럽은 극도로 기피합니다.

이처럼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순간부터 디테일이 생겨요. ‘나로부터’ 나의 생각이 명확해지고, 취향이 섬세해지죠. 이는 나만이 갖출 수 있는 고유한 힘이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 상황 따라 환경 따라, 그리고 함께하는 타인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나’는 매번 다르기도 해요. 하지만 결국 다 같은 ‘나 자신’일뿐이죠.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나의 모습’은 어떤가요?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면, 타인과 함께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1. ‘타인’과 함께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많이 맞추고 있진 않나요? 분명 사소하게 시작한 배려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의무가 되어 있을지도요. 남을 위한 배려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행위로 편안함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가 없죠. 하지만 그 배려가 정말 ‘나’를 위하는 일인지는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타인에게 나를 맞추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순간, ‘나’를 잃는 것은 순식간이에요.

혹시 ‘아무거나’, ‘나는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진 않나요? 원하는 바를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게 조금 어렵다면, 우선 싫은 것부터 제외해 봅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영화, 혹시 보셨나요?

“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그럼 하기 싫은 건 뭔데?”

영화 속 주인공은 회사의 만연한 비리를 알게 되고, 퇴사를 하고 싶어 합니다. 주인공에게는 부조리한 내부 방침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힘든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주인공에게 ‘싫은 건 뭔데?’라는 질문이 던져집니다.

일말의 고민 없이 주인공은 싫은 것들을 막힘없이 이야기하죠. 그리고 결심합니다. ‘나’의 생각대로 소신껏 행동하기로요.

이처럼 싫은 것부터 나열하고 제외해 보세요. ‘좋은 것’만 남아있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나’를 위한 것들이 남아있을 테니까요.

어느 상황, 어떤 환경, 다른 타인. ‘나’부터 알지 못하면 물들기 마련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색깔을 지니고 제각기 존재하는 만큼, 물들기보단 어우러지는 게 어떨까요?

2. ‘혼자’ 놀기

나에 대해 더욱 진솔하게 알고 싶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져 보세요. 일명 ‘혼자 놀기’를 통해서요.

한때 SNS에서 ‘혼밥 레벨 테스트’가 유행했던 적이 있어요. 여러분도 해보셨나요? 사실 혼밥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혼자 무언가를 해보는 일'은 중요하죠.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세계가 ‘혼자 놀기’거든요.

저는 종종 혼자 영화관에 갑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을 하면 먼저, 시간이 되는 날에 보고 싶은 시간대를 찾아서 예매하죠. 그리고 영화 시작 전의 광고부터 끝난 후 엔딩크레딧까지 전부 감상합니다. 오로지 나 자신의 의지와 취향에 따라, 어떤 식으로 이 영화를 감상할 것인가를 선택하죠.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챙기기 힘든 사소한 루틴이에요. 누군가에게 광고 보는 시간은 시간 낭비일 수도 있고, 엔딩크레딧까지 챙겨보는 건 여유가 있을 때야만 가능한 선택지일뿐일 수도 있거든요.

그간의 저에게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를 정리하고 영화관을 나서는 일련의 과정이 타인과 함께 해온 당연하고도 재미없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홀로 놀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죠. ‘나’는 광고를 보며 영화 시작 전의 설렘을 만끽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을 감상하며 남은 여운을 곱씹는 게 취향인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어떤 것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오롯이 내 선택과 마음만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나’라는 색깔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본연의 나를 알아가며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는 분명해지죠.

에디터님들의 계발톡🗨

새벽🐬 : 나는 식후커피를 참을 수 있는 사람인지 시험해보기

리드🌾 : 잠들기 전 30분 간 휴대폰을 하지 않는지 시험해보기

릴리🌼 : 오늘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반년 전 처음, 본가에서 독립을 했어요. 이미 스스로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저는 온전히 혼자가 된 시간 동안 새로운 ‘나’를 무수히 발견하며 매번 신선한 충격을 느꼈어요. 저는 가구부터 소품, 옷까지 온통 하얀 것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물건을 놓아둘 때 선호하는 고정적인 위치와 각도가 있어요. 동선에 맞춰 물건을 정리 정돈하는 나름의 규칙도 있답니다. 그동안 내가 알던 내 모습이 결코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