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독이는

나만의 방법을 찾은 사람

'긍정적이고 부지런한 나'만 나인 것은 아닌데, 이걸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래도 꿀꿀한 기분을 환기할 창구는 여전히 필요하죠. 저에게 그 해결책은 영화예요. 감정에 휘둘리는 날 영화 속 인물의 선택과 그 여운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내 감정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감정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방법을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익혀가는 셈이지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계란이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사이트가 있어요. 바로 영화 큐레이션 플랫폼인 ‘왓챠피디아’에요. 기분에 따라 영화를 고르기 어려울 때,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하거나 그날의 감정에 맞는 영화를 만날 수 있거든요.

저의 경우엔 며칠 전 울적한 마음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다시 봤어요. 그리고 왓챠피디아에서 사람들이 남긴 후기를 읽으며 이 영화를 다시 느꼈죠. 영화에 대한 소개 대신 후기를 대신 적어볼게요.

“꿈이 없으면 어떠하리, 잃으면 어떠하리. 꿈꾸는 중에도 헤매면 어떠하리. 마음만 곯지 않으면 행복은 늙지 않으리.” 

이 문장을 읽고선 ‘맞아, 마음만 곯지 않으면 되는 거야.’하고 다시 마음을 추슬렀어요. 누군가의 시선과 이야기를 빌려 나를 바라보는 연습. 그게 제가 영화로 감정을 다독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좋은 신념을 가진 사람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는 말을 좋아해서,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제가 닮고 싶은 어른들을 떠올리곤 해요. 생각해 보면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는 듯한데, 바로 ‘겸손과 베풂’의 지혜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죠.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도덕경의 철학>이듯, 저는 낮은 자세로 소박한 삶을 사는 어른으로 크고 싶나 봐요.

자립이란 주제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나만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립의 중요한 조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겠지만, 그때마다 제 신념이 방향을 정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라요. 세상이 점점 더 경쟁을 일상으로 만들고 자본주의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더라도, 저는 때때로 ‘비움’을 택할 줄 아는 어른이고 싶어요. 그것이 종종 외로움이나 불안을 동반하겠으나 이 기준을 놓치지 않는 것이 제 목표랍니다😊

한때는 저와 소중한 지인과 ‘어른’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어요. 막 대학에 들어갔던 제 모습을 추억하며, 학생 때의 전 너무 미숙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죠. 그랬더니 언니가 이런 조언을 들려주더라고요. “이십 대는 이십 대가 아니야. 삼심 대도 삼십 대가 아니지. 이제야 겨우 가족 품에서 한 발 나왔는데, 사실상 0살부터 시작인 거야. 우리 아직 너무 어린 거니까, 조급해하지 마.”

이 말을 듣고 오래도록 마음이 따뜻했어요. 서른이면 서른다워야 하고, 마흔이면 마흔다워야 한다는 세상의 기대 앞에서 우리의 시간표는 그보다 조금 느리고, 더 조용히 흘러도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거든요.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각자의 속도로,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점진적으로 좋은 어른으로 자라가요. 오늘의 나보다 한 뼘 더 자란 내일의 나를 마주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작은 아씨들은 가난한 마치 가(家)의 네 자매(메그·조·베스·에이미)의 이야기에요. 같은 집에서 자랐지만, 성격도 기질도 어쩜 그리 다른지, 그 차이에서 피어나는 갈등과 성장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죠. 그렇지만 〈작은 아씨들〉은 자신의 성격을 또렷이 인식하는 인물들이 자신 성찰하고, 마침내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요.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커다란 힘이 되기도 하고요. 결국 작은 아씨들은 사람이란 저마다 양날의 검과 같은 성격을 지닌 존재이며, 꾸준히 자신을 돌아볼 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어요.

혹시 영화 〈작은 아씨들〉을 좋아하는 계란이가 있다면 루이자 메이 올컷의 원작 소설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원작 소설은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거든요.

가장 인상 깊은 변화란 소설 속에선 작가의 꿈을 잠시 미루는 조를, 영화에선 출간을 앞둔 독립적인 작가로 그려냈다는 점이에요.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나요? 그래서일까요. 영화는 자신의 꿈을 밀어붙일 힘을 건네고, 소설은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조용히 마음을 어루만져줘요. 영화에서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던 로맨스도, 소설을 읽다 보면 오래된 편지를 천천히 읽는 것처럼 서서히 이해하게 된답니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다시 한번 오늘의 질문을 계란이들에게 건네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는 말자구요. 자립은 누군가 되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나로 살아내는 법을 배우는 여정일 테니까요.

사춘기 때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그 말처럼 늘 무언가를 혼자 하기보다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해야 하는 사람이었어요. 어딘가를 놀러 갈 때도, 고민이 생겼을 때도 늘 누군가와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죠.

하지만 모든 일을 누군가에게 의존하다 보니, 그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누군가와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즐겁게 놀 수 없고,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선택한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으면 괜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저 자신과 친해지는 데 서툴렀던 것 같아요. 남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보고, 고민이 생기면 글로 써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그러다 보니 점차 혼자 있는 시간의 편안함을 알게 되었고, 어려움이 닥쳐도 그 선택에 온전히 책임진다고 생각하니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물론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이렇게 나 자신과 친해지며 혼자서도 내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