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매진하는 나에게

계란이들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자아실현’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일로 만들고, 일을 통해서 매번 다양한 경험을 갱신하죠. 목표는 커리어의 안정이고요. 그렇게 몰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는 일에 매진하게 되었어요.

저의 일상은 끊이지 않는 업무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평일 하루 평균 12시간, 잦은 텀으로 주말까지 총 7일간 반복되었어요. 초과 근무는 종종 대체 휴무로 주어졌습니다. 저는 힘껏 내달리고, 쭉 방전되어 몰아쉬는 패턴이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인지 그 이면을 깨닫기까지는 수일이 걸렸죠.

어느 날은 할 일이 많아 귀찮아서, 어떤 날은 밥 먹을 시간도 촉박해서… 식사를 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간도 아껴 끊임없이 일을 하는 게 당연시 되었죠.

집으로 돌아와서도 일은 끝이 없었어요. 핸드폰엔 그새 쌓인 알림과 밀린 연락으로 가득했죠. 그중 우선순위는 업무 연락이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의 연락은 이미 밀린 상태에서도 더 뒤로 밀렸어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분명 몰입하는 정도였을 겁니다. 하지만 혹시 하루에 이틀, 그러다 번번이 바쁜 일 때문에 식사를 거르고 있진 않나요? 모처럼 찾아온 꿀 같은 휴식을 밀린 집안일로 채우고 있을지도요.

몰입을 넘어 ‘일’에 서서히 매몰되기까지, 이렇듯 ‘일상’은 차츰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일에 모든 걸 걸고 있는 나 자신을 지켜야 할 때죠. 이왕이면 몰입과 매몰의 경계에서 ‘일’에 더 매몰되지 않는 방법으로, 나아가 일상과 잘 분리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 볼까요?

‘일’에 몰입하는 것과 매몰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만 보아도 그 차이는 단번에 설명이 됩니다.

몰입은 말 그대로 파고드는 것, 혹은 깊이 빠지는 행위를 뜻해요. 주로 ‘집중한다’는 의미로 통하죠. 계란이들이 ‘일’에 몰입 중이라면 더 깊게도 갈 수 있지만 언제든지 깰 수도 있답니다. 덕분에 충분한 일상과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도 있어요.

반면 매몰은 파묻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에 대한 몰입이 심화되면 매몰 단계에 진입하게 되죠. ‘일’이 가장 우선시 되면서 결국 그 늪에 일상이 삼켜지고 더 이상 다른 건 보이지 않아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지경일 수도 있고요. 그러니 먼저,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회복해 봅시다.

💭일이 아닌 '다른 생각’하기

❛빠뜨린 건 없나? 놓친 건 없나?❜

❛내일 그건 이렇게 처리하면 되겠다❜

우리는 퇴근하고 돌아온 집에서도 '일'과 관련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곤 합니다. 머릿속 생각마저 일에서 도통 벗어나질 못하죠. 마치 잔업이라도 되는 양 열심히 잔 생각을 하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대부분은 당장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동시에 집에서의 열 일 제쳐 두고 할 만큼 중요한 사안도 아닐 거예요. 끊이지 않는 일 생각, 어떻게 해야 다른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시각’을 활용할 거예요. 예를 들어 또 다시 머릿속에 일 생각이 증식하기 시작했다면 눈을 돌리는 거죠. 그리고 당장 내 눈앞의 공간 또는 상황, 무언가를 보고 ‘즉각 떠오르는 생각’으로 덮는 겁니다.

집으로 귀가해서도 어김없이 일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저는 늘 집안 전체를 둘러 보았어요. 쌓인 빨랫감부터 설거지통에 밀려 있는 그릇, 어지러운 책상을 온통 훑어 보면서 열심히 생각을 덮었죠. ‘이게 지금 사람 집이 맞나’ 같은 스쳐가는 감상까지도 놓치지 않고 전부 머릿속으로 읊었습니다.

그리고 곧장 실행으로 옮겼어요. 간단한 빨래라도 분류해 세탁기를 돌리든 설거지를 마치든 책상을 치워내든 즉각적으로 해냈죠. 이때 스스로 ‘다른 생각’에 대해 충분히 의식하면서 직접 행동으로 이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해요.

무엇보다 ‘생각의 힘’은 강력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죠. 생각은 이 다음 나의 행동을 정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거든요. 그리고 이는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 발생합니다.

‘일’로부터 벗어나 있는 시간이 익숙하지 않았던 저는 아예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많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계란이들도 꾸준히 생각 덮는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떤가요? 얽매인 ‘일’로부터 해방되는 첫 걸음이 될 거예요.

에디터님들의 계발톡🗨

큰그릇🍷 : 명상하기! 매일 출퇴근 길에 하고 있어요.

새벽🐬 : 매일 일기를 써요.

리드🌾 : 새벽에 기상해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어요.

뉴스레터 '롱 블랙’에서 다룬 [The Good Enough Job: 일에 매몰되지 않고 많은 ‘나’를 돌보는 법] 편에서는 《워킹 데드 해방일지》라는 책을 중심으로 저자인 시몬 스톨조프의 인터뷰를 통해 '나의 일상'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그 안에서 시몬 스톨조프는 이야기합니다. ‘일’은 그저 ‘경제적 계약’일 뿐이라고요. 물론 일이 곧 관심사와 이어지고, 친구를 만들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자아를 실현하고자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일을 중심으로 일상을 살아가게 되면 일을 하지 않거나 잃었을 때, 우리는 갈 길 또한 쉽게 놓치고 맙니다. 매몰된 만큼 깊은 상실감에 빠지기 때문에 헤매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워커 홀릭'이라는 단어는 모두 잘 아실 거예요. 시몬은 이 워커 홀릭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행위를 일컬어 '워키즘'이라고 칭하는데, 일을 숭배하기 시작한 단계를 의미하기도 해요. 그리고 이때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에 잡아먹히는 적절한 때거든요.

나의 일상에서의 삶의 의미는 '다양한 정체성'으로부터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정체성이란, 나의 삶에서 '일'이 아닌 인간관계, 그리고 취미,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모든 것을 의미하죠. 시몬은 '일'이 아닌 다른 정체성들이 균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해요. 마치 주식처럼 '분산 투자'가 필요한 셈이죠.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죠. 그래서 ‘일’에 매몰된 우리는 어쩌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그리고 벗어날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막막해서 길을 잃은 것뿐이죠.

그리고 막막할 땐, 처음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예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그 시작이 어려웠던 모든 계란이들에게 이 글이 유익한 길잡이가 되길 바라요. 저도 같이할 테니, 함께 이 매몰에서 잘 벗어나 봅시다!